팩트체크·정리

비례대표 의원이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는데 제명당하면 유지되는 이유

밍찡뽀에버 2026. 9. 1. 11:42
반응형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스스로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지만 제명당하면 유지됩니다. 공직선거법 제192조 제4항의 취지, 정당법상 제명 절차, 셀프 제명 사례와 법원 판단까지 정리했습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스스로 당을 나가면 의원직을 잃습니다. 그런데 같은 당에서 제명을 당하면 의원직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스스로 나가면 잃고, 쫓겨나면 유지되는 정반대의 결과입니다.

근거는 공직선거법 제192조 제4항입니다. 이 조항이 '합당·해산 또는 제명'을 예외로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에서 조문의 취지, 실제로 이 규정이 어떻게 활용돼 왔는지, 법원이 제동을 건 사례까지 정리했습니다.


 

법 조항부터 확인해보자

공직선거법 제192조 제4항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의 합당·해산 또는 제명 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하거나 변경하면 퇴직된다고 규정합니다.

문장을 뒤집어 읽으면 이렇게 됩니다.

  • 스스로 탈당 → 조항이 정한 예외에 없음 → 의원직 상실
  • 제명당함 → 예외에 해당 → 의원직 유지
  • 합당·해산 → 예외에 해당 → 의원직 유지
 
상황에 따른 의원직 상실 유지 

 

스스로 탈당 상실(퇴직)
정당에서 제명 유지 (무소속이 됨)
두 개 이상의 당적 보유 상실
소속 정당 합당 유지
지역구 의원이 탈당 유지

마지막 줄이 중요합니다. 이 규정은 비례대표에게만 적용됩니다. 지역구 의원은 탈당해도 의원직을 잃지 않습니다. 지역구 의원은 해당 지역 유권자가 그 사람을 직접 뽑았기 때문입니다.

 

비례대표의 탈당과 제명 차이

 

왜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나

비례대표 의석은 유권자가 후보 개인이 아니라 정당에 투표한 결과로 배분됩니다. 유권자는 후보자 명부를 보고 특정 정당을 선택했고, 그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나뉜 것입니다.

그런데 당선된 의원이 다른 당으로 옮겨버리면, 유권자가 A정당에 준 표가 B정당의 의석으로 바뀌는 결과가 됩니다. 선거 결과 자체가 사후에 뒤틀리는 셈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제192조 제4항입니다. 헌법이 정당제도를 보장하는 취지와, 정당 명부에 따라 의석을 나누는 우리 선거제도의 구조를 함께 지키려는 조항입니다.

 

그렇다면 왜 제명은 예외로 뒀나

여기서 자연스러운 의문이 생깁니다. 당적이 사라지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왜 제명은 예외일까요.

의원을 정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제명에도 의원직을 잃도록 정하면 이런 일이 가능해집니다.

 
비례대표 의원이 당 지도부와 갈등
지도부가 그 의원을 제명
의원직 상실
명부 다음 순번(지도부에 우호적인 인물)이 승계
 
 

정당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의원을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의원은 소신에 따른 의정 활동을 하기 어려워지고, 헌법이 정한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도 흔들립니다.

그래서 법은 본인의 자발적 선택(탈당)에는 책임을 묻되, 타의에 의한 제명에는 의원직을 유지하도록 균형을 맞춰 놓았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구분규정 및 취지 
탈당 시 상실 선거 결과와 정당 득표의 왜곡 방지
제명 시 유지 정당의 자의적 축출로부터 의원 보호

 

제명은 정당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제명에 이런 효과가 붙어 있다 보니, 절차도 까다롭게 정해져 있습니다.

정당법 제33조는 정당이 소속 국회의원을 제명하려면 당헌이 정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에 더해, 소속 국회의원 전원의 2분의 1 이상의 찬성을 받도록 규정합니다.

또 정당법 제32조 제1항은 소속 국회의원의 제명에 관한 결의를 서면이나 대리인으로 의결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당 지도부 몇 사람이 서류로 처리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즉 제명은 형식상 정당 내부의 최고 수위 징계이지만,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법이 별도의 정족수를 요구하는 특별한 절차입니다.

 

'셀프 제명'은 이렇게 활용됐다

문제는 이 구조가 정반대 방향으로 쓰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의원직을 유지한 채 당적을 옮기고 싶은 비례대표 의원이 있다면, 탈당 대신 당에 제명을 요청하고 당이 이를 의결해주는 방식을 쓸 수 있습니다. 이를 흔히 '셀프 제명'이라고 부릅니다.

대표적으로 총선을 앞둔 위성정당 국면에서 이 방식이 사용됐습니다.

  • 2020년 21대 총선 직전,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자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 일부를 제명해 위성정당에 입당시켰습니다.
  • 2024년 22대 총선 직전, 국민의힘은 중앙윤리위원회를 열어 소속 비례대표 8명을 제명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위성정당이 투표용지에서 앞 기호를 받도록 원내 의석수를 조정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공직선거법은 원내 정당의 기호를 의석수 순으로 정하기 때문입니다.

제명이라는 최고 수위의 징계가, 실제로는 징계가 아니라 당적 이동을 위한 절차로 쓰인 셈입니다.

 

법원이 제동을 건 사례

이 방식이 언제나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2020년 옛 바른미래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스스로 제명을 의결하고 당적을 옮긴 일이 있었습니다. 이후 민생당이 제명 절차를 취소해 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했고,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20년 3월 이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법원이 제명 절차가 규정과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면서, 해당 의원들은 민생당으로 복귀하거나 탈당하는 선택에 놓였습니다. 탈당을 택하면 의원직을 잃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절차를 형식적으로만 밟은 제명은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제명되면 그 의석은 어떻게 되나

제명된 비례대표 의원은 무소속 의원으로 의원직을 유지합니다. 궐원이 생긴 것이 아니므로 명부 다음 순위 후보에게 의석이 승계되지도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됩니다.

  • 의원 본인: 무소속으로 임기 유지
  • 원래 정당: 원내 의석 하나 감소, 승계자 없음
  • 국회 전체 의석수: 변동 없음

반면 그 의원이 스스로 탈당했다면 궐원이 발생해, 선거 당시 정당 명부의 다음 순위 후보가 의석을 승계하게 됩니다. 같은 '당을 떠나는 일'인데 결과가 정반대인 셈입니다.

 

개정 논의는 어디까지 왔나

국회입법조사처는 2020년 「비례대표의원의 제명 시 의원직 유지 규정의 쟁점 및 개정 방향」 보고서에서 이 규정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제명에도 의원직을 유지하도록 한 현행 규정이 당적을 변경하면서 의원직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반대로 제명 사유가 분명한데도 당적 변경을 막기 위해 제명하지 않는 현상까지 낳는다고 봤습니다. 또 이런 상황이 득표와 의석의 비례성을 왜곡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학계에서도 제명 후 다른 정당에 입당하는 것은 결국 '당적 변경'에 해당하므로 조항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습니다.

다만 이 규정을 어떻게 고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제명 시에도 의원직을 상실하도록 바꾸면 이번에는 정당이 의원을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 위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이 논의의 핵심입니다.

 

셀프 제명 이유
탈당과 제명의 이유
탈당의 결과 그리고 제명의 결과

 

자주 묻는 질문

Q. 비례대표 의원이 탈당하면 무조건 의원직을 잃나요? 합당·해산·제명이 아닌 사유로 스스로 당적을 이탈하거나 변경하면 퇴직됩니다. 공직선거법 제192조 제4항에 규정돼 있습니다.

Q. 지역구 의원도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나요? 아닙니다. 이 규정은 비례대표 의원에게만 적용됩니다. 지역구 의원은 탈당해도 무소속 의원으로 의원직을 유지합니다.

Q. 제명당한 의원은 다른 당에 들어갈 수 있나요? 실제로 제명 후 다른 정당에 입당한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학계에서는 이것이 사실상 당적 변경에 해당해 조항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Q. 정당이 비례대표 의원을 마음대로 제명할 수 있나요? 없습니다. 정당법 제33조에 따라 당헌 절차를 거치는 것에 더해 소속 국회의원 전원의 2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하며, 서면이나 대리인에 의한 의결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Q. 제명되면 다음 순번 후보가 의석을 승계하나요? 하지 않습니다. 제명된 의원이 무소속으로 의원직을 유지하므로 궐원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Q. '셀프 제명'은 불법인가요? 그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2020년 법원이 절차상 문제를 이유로 특정 정당의 제명 결의를 취소하는 가처분을 인용한 사례가 있습니다.

 

 

 

 

 

반응형